동학은 최제우의 시천주를 사상적 근원으로 삼고,
최시형의 삼경사상에 이르러 생명관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립되는 계기가 된다.
상대에 대한 섬김을 통해 만유의 공생과 순환,
나아가 상생과 조화의 삶을 이루는 것이 바로 동학이 지향하는 우주적 삶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당하는 부조화와 차등 속에서
삼경사상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이 서로 겪고 있는 갈등을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이끌 수 있는 영성적(靈性的)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오늘날의 생명 운동, 여성운동, 어린이 운동, 그리고 환경운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기반에 동학사상이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동학은 1894년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농민혁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농민혁명을 있게 한 것은, 생명 사상을 근간으로 한 동학의 통합적인 철학사상이었다.
동학의 1세 교조인 수운 최제우가 동학의 사상을 정립하고,
2세 교조인 해월 최시형이 그 사상과 철학을‘ 사인여천(事人如天)’이라는 네 글자로 집대성했다.
사인여천이란 “세상의 모든 사람, 천한 사람이나 귀한 사람 모두 하늘 같이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동학이 인간의 평등함, 자연의 소중함을 철학의 뿌리로 삼았다는 것을 잘 대변하는 대목이다.
해월 최시형은 이미 100년 전,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던 여성을 ‘하늘님’이라고 높여주었고,
어린아이를 때리지 말라면서 어린아이가 상하면 하늘이 상한다며 ‘어린이 사랑’을 역설했다.
또한‘땅에도 하늘이 담겨 있고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에는 모든 생명이 담겨 있다’라며 생태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100년 전 가르침이라고 하기엔 놀라운 통찰과 철학적 경지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사상은 신만을 공경하는 여타의 종교 사상을 넘어
“사람과 자연을 아끼고 만물을 공경”하는 삼경사상으로 일체화되기에 이른다.